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다른 경우가 많다. 심장마비는 전문가들의 용어로는 '심근 경색증'이고 스토거는 '편집증 성격장애'이다. 왕따는 전문가들의 용어로는 '대인 공포증'으로 사용되고 있다. 왕따라는 말은 일본어의 "이지매"라는 말을 우리말로 바꾼 것으로 '따돌림 당하다'는 말에 크다는 뜻의 '왕' (王)자가 첨가되어 '왕 따돌림'이라는 말의 축약어로써 "왕따"라는 말이 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중반까지 기승을 부리다 최근엔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95년 한 해에 5만 7천여건에 10여명이 자살까지 했지만 관계 기관의 강력한 대응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같은 현상이 점점 늘어나는 시작 단계에 있으며 작년 한 해에만 무려 4천 여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일보 사설, 1999 ).

 미국에서도 대인 공포증이 등장한 것을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수백명의 정신건강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10년마다 한 번씩 개정판을 내고 있는 미국의 정신장애에 대한 통계와 진단 분류 지침서인 DSM는 1952년에 초판이 나온 후에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서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으며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바이블과 같은 존재로 현재 1994년에 4번째 개정판으로 DSM-1V가 나와있다. 이 DSM에 대인공포증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 제 3 차개정 판인 DSM-111 에서였다. 이후 20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어 이제 대인공포증은 불안 장애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장애가 되었으며 불안증, 우울증, 알콜과 마약 중독 다음으로 흔한 장애가 되었다. 왕따와 대인공포증의 차이점은 대인 공포증은 가해자가 없지만 왕따는 가해자가 있다는 점이다. 모든 대인공포증이 다 왕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왕따는 대인 공포증임이 밝혀졌다.

 왕따가 최근에 산불처럼 확대되어가고 있는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들과 관계 있다. 우리나라가 급격히 서구화 되면서 대가족 중심의 생활이 소가족 중심으로 자녀의 수가 1명 -2명으로 감소한 것,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들의 양육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 여성의 사회 참여로 자녀 양육이 어머니의 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 아파트 문화의 등장으로 자녀들의 놀이가 방 안으로 국한되어진다는 점, 자녀들의 수가 1명 -2명으로 줄어들면서 부모님의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가 실종 되어가는 것 등과도 관계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어린시절에 전쟁놀이,술래잡기, 씨름, 레슬링과 같은 신체 접촉 놀이 등을 통한 충동, 분노, 공격심을 자연스럽게 방출할 수 있는 채널을 차단 시킨 것이다. 놀이 게임에서는 상대를 놀리거나 괴롭히는 것이 허용 되어있다. 결국 놀이나 게임등을 통해서 대인관계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든 것이다.

 왕따 문제는 일반인들이 보는 것처럼 단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왕따의 피해자는 집안에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아주 친한 친구들과는 별 문제없이 잘 놀기 때문에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단지 학교, 직장에 갈 때가 되면 신체적 증상인 두통, 복통,어지러움 등을 호소하거나 가기 싫어함을 보인다.고로 학교, 직장에만 가면 불평을 하소연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당연히 피해를 입고 있는 자녀들의 말을 믿게 되고 학교에서 괴롭히는 가해자에게 모든 문제를 투사해서 자녀의 문제점을 모두 가해자 탓으로 돌린다. 동료들을 괴롭히는 가해자가 비난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핵심에는 피해자의 대인관계에 결함이 숨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